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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레시아스 신화 | 오디세우스 저승 예언 귀향 여정 이야기 정리
오디세우스가 탄 배가 대양강 건너편, 태양도 닿지 않는 어두운 해안에 닿아요. 키르케가 일러준 대로 여기서 그는 죽은 예언자 티레시아스를 만나 앞으로 남은 귀향길을 물어야 합니다.
피의 웅덩이 앞에서, 죽은 자를 부르는 의식
오디세우스는 그 자리에 사방 한 자쯤 되는 구덩이를 파고, 꿀과 우유를 먼저 붓고 이어 포도주, 그다음 물을 부은 뒤 보리 가루를 뿌리며 죽은 이들에게 기도를 올립니다. 그러고는 검은 양 두 마리의 목을 베어 그 피를 구덩이 안으로 흘려보냈어요.
피 냄새를 맡은 죽은 자들의 혼백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지만, 오디세우스는 칼을 뽑아 든 채 그들이 피에 다가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티레시아스의 혼백이 먼저 그 피를 마시고 입을 열기 전에는, 다른 누구의 말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 지팡이를 든 티레시아스의 혼백이 다가옵니다. 그는 구덩이의 피를 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오디세우스를 알아보고 입을 열었어요.
가장 먼저 전한 이름, 포세이돈의 원한
티레시아스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귀향이 왜 이렇게 힘든지에 대한 이유였습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자기 아들이 눈을 잃은 일로 오디세우스에게 여전히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그렇다고 귀향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다만 그러려면 오디세우스와 동료들이 스스로 억누르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죠.
헬리오스의 소떼, 손대지 않아야 하는 이유
티레시아스는 이어서 앞으로 지나게 될 트리나키아 섬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 섬에는 태양신 헬리오스가 아끼는 소와 양이 방목되고 있는데, 이 가축들에게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어요.
이 섬을 그냥 지나쳐 가축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고생은 하겠지만 결국 이타카에 닿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하지만 가축에게 해를 끼친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고 못 박았어요.
배와 동료들 모두를 잃게 될 것이고, 설령 오디세우스 혼자 그 일을 피한다 해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도 동료를 전부 잃은 비참한 상태로 홀로 고향에 돌아가게 될 거라는 것이었죠. 지켜야 할 조건과 그것을 어겼을 때 치를 대가가 이 한마디 안에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고향에 닿은 뒤에도 이어지는 또 하나의 여정
티레시아스의 예언은 이타카에 도착하는 순간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노 하나를 어깨에 멘 채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어요.
바다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땅에 이를 때까지 계속 걸어가라는 것이었죠. 그러다 지나가던 어떤 나그네가 그 노를 보고 "곡식 까부르는 삽을 어깨에 메고 다니느냐"고 묻는 순간이 바로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 자리에 노를 땅에 꽂고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쳐야만 비로소 바다의 신과의 오랜 갈등이 풀린다는 것이었어요. 귀향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켜야 할 절차가 하나 더 남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한 죽음, 두려움이 아니라 안식으로
티레시아스는 마지막으로 오디세우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말해줍니다. 죽음은 바다로부터 찾아오겠지만, 그것은 갑작스러운 재앙이 아니라 나이가 들고 마음이 평온해진 뒤 아주 조용히 찾아올 거라는 이야기였어요.
포세이돈의 분노로 시작해 죽음에 대한 예언으로 끝나는 이 만남 전체가, 오디세우스에게는 앞으로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미리 알게 된 자리였던 셈입니다. 이 예언을 품은 채로 그는 다시 지상으로 향하는 길에 오릅니다.
오비디우스가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 뱀과 성별
티레시아스를 둘러싼 이야기 중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작품에 실린 전승도 있습니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젊은 시절 티레시아스는 숲에서 짝짓기 하던 뱀 두 마리를 지팡이로 내리친 일이 있었어요.
그 순간 그는 남자에서 여자로 변했고, 그 몸으로 칠 년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팔 년째 되던 해에 같은 뱀 두 마리를 다시 마주쳐 이번에도 지팡이로 내리쳤더니, 원래의 남자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죠.
이 경험 때문에 훗날 유피테르와 유노는 남녀 중 누가 사랑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는지를 놓고 다투다가, 양쪽을 다 겪어본 티레시아스에게 판정을 맡깁니다. 그가 유피테르의 손을 들어주자, 화가 난 유노는 그의 눈을 멀게 해버렸어요.
유피테르는 유노가 이미 내린 벌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그 대신 티레시아스에게 앞일을 내다보는 예언의 힘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뱀과 성별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저승 장면과는 별개의 작품, 별개의 전승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오디세우스가 저승에서 만난 예언자가 왜 눈이 멀었고 어떻게 예언의 힘을 갖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다른 문헌이 이렇게 채워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 이야기를 더 따라가고 싶다면
여기서 정리한 저승 장면은 《오디세이아》 11권에 담긴 사건이고, 뱀과 성별이 바뀌는 이야기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3권에 실린 별개의 전승이에요. 두 이야기 모두 요약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세부가 많아서, 흐름 속에서 직접 읽을 때 티레시아스라는 인물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오뒷세이아(김기영 역)는 그리스어 원전을 우리말로 완역한 판본으로, 이 글이 다룬 11권의 저승 장면 전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티레시아스처럼 오디세우스의 여정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이야기를 한 번에 훑어보고 싶다면,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현대지성)도 함께 참고할 만해요. 저승 장면과 오비디우스의 전승을 나란히 놓고 맥락 속에서 짚어주는 구성입니다.
관련 도서 추천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이 책 자세히 보기 →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오디세우스가 저승으로 내려가기 전 이 방법을 일러준 인물의 이야기는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티레시아스가 경고한 포세이돈과의 오랜 갈등은 포세이돈 신화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이 예언이 실제로 어떻게 지켜지는지, 트리나키아 이후 전체 귀향 순서는 오디세이아 줄거리 순서에서 이어서 볼 수 있고, 예언 속 목적지였던 이타카 이야기에서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던 곳의 사정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