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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 신화 줄거리 | 트로이 전쟁 이후 귀향과 페넬로페·아들의 결말까지
신들의 회의에서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허락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는 여전히 여신 칼립소의 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트로이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어요.
그의 귀향이 이토록 늦어진 데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원한도 한몫했습니다. 그 원한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그리고 그동안 이타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부터 순서대로 풀어볼게요.
페넬로페가 20년을 버틴 방법과 그 한계
오디세우스가 집을 비운 기간은 20년에 가까웠지만, 아내 페넬로페를 실제로 괴롭힌 구혼자들이 궁전에 몰려든 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구혼자 우두머리 안티노오스는 이 무렵을 3년이 지나 4년째로 접어드는 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페넬로페는 그 몇 해를 베틀로 버텼습니다.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낮에 짠 천을 밤마다 몰래 풀어버린 거예요.
이 속임수는 꼬박 3년을 통했습니다. 4년째에 사정을 아는 하녀 하나가 구혼자들에게 일러바치면서, 그녀는 결국 짜다 만 수의를 완성해야 했습니다. 시간을 버는 데는 성공했지만, 언제까지고 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던 셈이에요.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들, 텔레마코스
같은 시기 아들 텔레마코스는 이 상황에서 가장 무력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없고 구혼자들을 쫓아낼 힘도 없이, 자기 집이 거덜 나는 걸 지켜만 봐야 했으니까요.
여신 아테나가 나그네로 변장해 찾아오면서 상황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텔레마코스는 다음 날 회의를 소집해 구혼자들이 어머니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고 재산을 축내고 있다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요.
그러고는 아버지의 소식을 직접 찾겠다며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배를 몰고 떠납니다. 텔레마코스가 집을 떠나 직접 나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이 소란에서 완전히 발을 뺀 채 시골 농장에서 낡은 옷을 입고 홀로 지내고 있었는데, 이 조용한 은둔은 훨씬 나중에야 뜻밖의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뗏목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시점은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의 섬에서 뗏목을 만들어 떠나는 순간입니다. 칼립소는 처음엔 그의 의심을 풀어주려 자신에게 해칠 뜻이 없다고 맹세한 뒤, 나흘 만에 뗏목을 완성하도록 돕고 닷새째 되는 날 음식과 옷, 순한 바람을 실어 보냅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에서 돌아오던 포세이돈이 마침 이 항해를 목격해요. 신들이 자기 몰래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결정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그는 폭풍을 일으켜 뗏목을 부숴버립니다.
간신히 떠밀려 도착한 곳이 파이아케스인들의 섬이었습니다. 빨래를 하러 나온 공주 나우시카가 그를 발견해 먹을 것과 입을 옷을 내주지만, 그를 자기 수레에 태워 궁정까지 데려가지는 않아요.
낯선 남자와 함께 성에 들어가면 사람들 사이에 안 좋은 소문이 돈다는 이유였습니다. 대신 아테나의 신전 숲에서 기다렸다가, 자기 일행이 먼저 들어간 뒤 혼자 걸어 들어오라고 일러줘요. 왕이 아니라 왕비 아레테의 무릎부터 붙잡으라는 조언도 함께 남기고요.
오디세우스는 그 말대로 숲에서 기다린 뒤 홀로 성으로 향합니다. 안개로 그의 몸을 감춰준 아테나가 이번엔 물동이를 인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왕궁까지 길을 안내해줘요. 그리고 그 자리, 왕이 열어준 연회에서 오디세우스는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고 지금까지 겪은 일을 직접 들려줍니다. 우리가 아는 모험들이 사건 순서가 아니라 그의 회고를 통해 뒤늦게 전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회고 속 첫 사건들, 사람의 마을에서 시작된 재난
오디세우스가 들려주는 첫 사건은 흔히 떠올리는 외눈박이 거인이 아닙니다. 트로이를 떠난 함대가 맨 처음 습격한 곳은 키코네스족의 도시 이스마로스였어요.
오디세우스는 곧장 떠나자고 했지만 부하들은 해변에 눌러앉아 포도주를 마시고 가축을 잡아먹었습니다. 그사이 내륙의 키코네스족이 몰려와 반격했고, 배 한 척당 여섯 명씩을 잃고서야 겨우 바다로 도망쳐요.
이어 아흐레 동안 폭풍에 휩쓸린 함대가 열흘째에 닿은 곳이 로토스를 먹는 사람들의 땅이었습니다. 그곳 주민들은 정찰대를 해치지 않고 그저 로토스 열매를 나눠주었을 뿐인데, 그걸 먹은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조차 잃어버려요.
오디세우스는 그 자리에 눌러앉으려는 부하들을 억지로 끌고 와 배로 돌려보내면서 전원을 구해냅니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다음이 비로소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입니다. 동굴에 갇힌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거인에게 여섯 명을 잃어요.
이 탈출 과정 자체는 사건이 촘촘하고 그것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룰 만큼 비중이 커서, 키클롭스 신화 정리에서 동굴을 빠져나오는 과정과 그 대가를 따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결과만 짚어둘게요. 무사히 도망친 오디세우스가 마지막 순간 자기 본명과 고향을 외쳐버린 탓에, 폴리페모스는 아버지인 포세이돈에게 그가 살아서 고향에 닿지 못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포세이돈이 그 기도를 들어준 것이 남은 여정 내내 그를 따라다닌 원한의 시작이었어요.
바람 주머니 하나로 무너진 함대
다음 기항지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를 한 달간 손님으로 대접한 아이올로스는 위험한 바람을 모두 소가죽 주머니에 담아 은실로 묶어 선물해요. 순한 바람만 밖에 남겨 이타카까지 밀어주도록 한 거예요.
아흐레를 달려 고향의 불빛이 보일 만큼 가까워졌을 때, 줄곧 키를 잡던 오디세우스가 잠깐 잠이 듭니다. 그 틈에 부하들은 주머니 안에 금은보화가 들었다고 의심해 매듭을 풀어버려요. 갇혀 있던 바람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함대는 다시 아이올로스의 섬까지 떠밀려 가고, 도와달라고 돌아간 오디세우스에게 아이올로스는 하늘의 미움을 받은 자는 돕지 않겠다며 문을 닫습니다.
엿새 동안 노만 저어 간 함대는 이레째에 라이스트리고네스족의 땅에 닿아요. 다른 배들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항구 안쪽에 나란히 정박했지만, 오디세우스만 자기 배를 항구 바깥에 묶어두었습니다.
그 땅의 주민은 사람이 아니라 거인이었어요. 절벽 위에서 몰려나온 거인들이 바위를 던져 항구 안의 배를 부수고 사람들을 창으로 찍어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자기 배 한 척만 겨우 빼내 도망쳤고, 항구 안에 있던 나머지 열한 척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이후의 모든 모험은 살아남은 배 한 척의 이야기예요.
키르케의 섬과 저승에서 들은 경고들
남은 한 척이 닿은 곳이 키르케의 섬이었습니다. 마녀 키르케는 정찰을 나간 부하들에게 약을 탄 음식을 먹여 돼지로 바꿔버려요.
몸만 짐승이 되어버린 부하들을 구하려고, 오디세우스는 신 헤르메스에게서 마법을 막아주는 약초 몰뤼를 받아 키르케에게 맞섭니다. 겁을 먹은 키르케가 부하들을 사람으로 되돌리고, 일행은 그 섬에서 한 해를 머물게 돼요. 이 만남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관계의 앞뒤 맥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르케는 떠나기 전 오디세우스에게 저승에 내려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라고 알려줍니다. 테이레시아스는 포세이돈의 분노가 여전하다고 경고하면서도, 태양신의 소 떼만 건드리지 않으면 결국 고생 끝에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언해요. 이 한마디가 뒤에 벌어질 가장 큰 비극의 복선이 됩니다.
저승에서 오디세우스는 그 밖에도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어머니 안티클레이아는 아들을 그리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사정과 함께, 페넬로페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다는 소식을 전해줘요.
트로이에서 전사한 아킬레우스는 뜻밖의 말을 남깁니다. 죽은 자들을 다스리는 왕이 되느니 살아서 가난한 사람의 머슴으로 지내는 편이 낫다고 말해 오디세우스를 놀라게 하죠.
아가멤논은 자신이 아내와 그 정부에게 살해당한 사연을 들려주며, 아무리 아내라도 너무 깊이 마음을 놓지는 말라는 무거운 충고를 남깁니다. 그러면서도 페넬로페만큼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따로 짚어 말해요.
세이렌의 노래부터 태양신의 소까지, 되돌릴 수 없는 대가
다시 바다로 나온 오디세우스 일행은 세이렌의 섬을 지나게 됩니다. 키르케가 미리 알려준 대로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정작 노래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은 채로 지나가요. 유혹에 흔들려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이 대비 덕분에 그는 노래를 듣고도 무사히 살아남습니다. 이 위험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세이렌 신화 정리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관문에서는 대가를 피하지 못했어요. 스킬라가 순식간에 부하 여섯 명을 한 입에 하나씩 낚아채 갔고, 오디세우스는 그들이 공중에서 손발을 휘저으며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겨우 그곳을 벗어난 일행은 태양신의 섬에 상륙하는데, 여기서 최악의 선택이 벌어집니다.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던 부하들이 오디세우스가 잠든 사이 태양신의 소 떼를 잡아먹은 거예요. 테이레시아스가 그렇게 경고했던 바로 그 소였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제우스가 번개로 배를 부숴버렸고, 오디세우스를 뺀 나머지 부하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습니다. 함께 떠났던 사람들 중 살아서 이타카 땅을 다시 밟은 건 오디세우스 한 사람뿐이었어요. 그가 널빤지에 매달린 채 표류하다 칼립소의 섬에 이르게 된 것이 바로 이 난파의 결과입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곧장 문을 두드리지 않은 이유
파이아케스인들의 배로 무사히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그러나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습니다. 아테나는 그의 피부에 주름을 만들고 금빛 머리카락을 없애 늙고 초라한 거지의 모습으로 바꾼 뒤, 아직 아무에게도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해요.
대신 오래전부터 그를 따르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부터 찾아가 상황을 살피라고 합니다. 궁전 안에는 백 명이 넘는 구혼자가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에서 오디세우스는 스파르타에서 돌아온 아들 텔레마코스와 마주칩니다. 아테나가 순간 그를 원래의 젊고 풍채 좋은 모습으로 되돌려주자, 텔레마코스는 놀라 혹시 신이 아니냐고 되묻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신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답했고, 부자는 소리 내어 울며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궁전에 거지 행세로 들어선 오디세우스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사람이 아니라 늙은 개 아르고스였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떠나기 전 손수 기른 이 개는 이제 두엄더미 위에 벼룩투성이로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의 냄새를 맡자마자 귀를 늘어뜨리고 꼬리를 흔들었어요. 가까이 다가갈 힘조차 없던 아르고스는 그 순간 주인을 알아보고는 곧바로 숨을 거둡니다. 오디세우스는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몰래 눈물을 훔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흉터, 활, 그리고 신분을 감춘 채 벌인 마지막 하루
궁전 안에서 페넬로페는 거지로 변장한 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크레타 출신으로 데우칼리온의 아들 아이손이라 소개하며, 예전에 오디세우스를 대접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요.
그러면서 그가 그때 입고 있던 자주색 양모 망토와, 얼룩진 새끼 사슴을 물고 있는 개 모양의 금 브로치까지 정확히 묘사합니다. 자신이 직접 남편에게 지어준 옷이었기에, 페넬로페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려요.
그런데 늙은 유모 에우뤼클레이아가 손님의 발을 씻겨주다가 젊은 시절 멧돼지 사냥에서 생긴 흉터를 만지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립니다. 오디세우스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끌어당기며, 이 일을 발설하면 다른 하녀들과 함께 그녀도 해치겠다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해요. 정체가 드러날 뻔한 이 순간을 겨우 넘긴 뒤, 다음 날 페넬로페는 활 시험을 열겠다고 선언합니다.
조건은 남편의 활을 당겨 일렬로 세운 도끼 열두 개 사이로 화살 하나를 꿰뚫는 것이었어요. 구혼자들은 하나같이 활을 당기지도 못하고 쩔쩔맵니다. 결국 낡은 옷을 입은 거지가 나서서, 악사가 새 현을 거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시위를 걸고 도끼 열두 개를 단번에 꿰뚫어요. 그런데 그는 이 순간에도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손님이 텔레마코스를 부끄럽게 하지는 않았다는 말만 텔레마코스에게 건넬 뿐이었습니다.
정체를 밝히는 건 활 시험이 아니라 그다음 화살이었어요. 오디세우스는 곧바로 안티노오스의 목을 화살로 꿰뚫은 뒤에야, 자신이 트로이에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고 구혼자들을 꾸짖으며 신분을 선언합니다. 이 화살에 이어 에우뤼마코스가, 텔레마코스가 던진 창에 암피노모스가 쓰러졌고, 그다음에야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창고에서 방패와 투구, 창을 열두 벌씩 꺼내 남은 구혼자들을 무장시켰습니다. 텔레마코스가 창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온 탓이었죠.
멜란티오스는 두 번째로 무기를 가지러 갔다가 붙잡혀 서까래에 매달립니다. 무기 보급이 끊긴 데다 아테나까지 가세하면서 싸움은 다시 기울고, 3년 넘게 궁전을 짓밟았던 구혼자들은 하루 만에 모두 쓰러집니다.
페넬로페가 마지막까지 침대를 확인해야 했던 이유
정작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이라 자처하는 이 남자를 바로 끌어안지 않았어요. 초라한 옷차림 때문에 알아보기 어려웠고, 나쁜 사람이 거짓 이야기로 자신을 속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으며, 어쩌면 노한 신이 구혼자들을 없애놓고 자신을 시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녀는 유모에게 부부의 침대를 방 밖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는 시험을 던집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발끈해요. 그 침대는 방 한가운데 자라던 올리브나무를 베지 않고 그 밑동을 그대로 기둥 삼아, 자신이 직접 몸통을 다듬고 금과 은으로 장식해 지은 것이라 애초에 옮길 수 없는 물건이었거든요.
부부와 하녀 한 명만 아는 이 비밀을 정확히 짚는 순간, 페넬로페는 비로소 눈물을 흘리며 그를 끌어안습니다. 20년의 기다림이 활 솜씨가 아니라 침대 하나로 확인된 셈이에요.
아버지 라에르테스와의 재회, 그리고 하마터면 다시 시작된 전쟁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는 아직 아버지 라에르테스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포도밭에서 낡은 옷을 입고 홀로 일하는 노인을 보고도, 처음에는 정원은 훌륭하게 가꾸면서 자신은 돌보지 않는다고 에두르며 먼 나라 나그네 행세를 합니다.
아들이 먼 곳에서 죽었다고 믿고 슬픔에 잠긴 라에르테스를 보다 못한 오디세우스는 결국 흉터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나무 하나하나를 세어가며 나눠준 포도밭의 기억으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라에르테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이 풀릴 만큼 기뻐해요.
그러나 평화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구혼자들의 시신을 수습한 유족들이 안티노오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를 앞세워 무장하고 몰려온 거예요. 예언자 할리테르세스가 이 원한은 하늘의 뜻이었으니 맞서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 말렸지만, 상당수는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양쪽은 실제로 맞붙었습니다. 아테나가 기운을 불어넣은 라에르테스가 던진 창이 에우페이테스를 그 자리에서 쓰러뜨렸고,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도 선두를 파고들어 상대를 베어 넘겼어요. 그대로 두었다면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을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아테나가 소리쳐 싸움을 멈추라고 외칩니다. 놀란 사람들의 손에서 무기가 떨어지려는 순간, 제우스가 아테나의 발 앞에 벼락을 내리꽂아요. 아테나는 곧바로 오디세우스에게 이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제우스가 노할 것이라 이르고, 그는 그 말을 기꺼이 따랐습니다. 아테나가 양쪽 사이에 화해의 맹세를 세우면서, 20년에 걸친 전쟁과 방랑과 복수가 또 다른 피의 되갚음으로 번질 뻔했다가 가까스로 멈추고 이야기가 끝나요.
줄거리로는 다 담기지 않는 대화들
여기까지 정리한 흐름은 사건과 관계를 중심으로 뽑아낸 줄거리예요. 그런데 정작 이 이야기의 힘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 있습니다.
페넬로페가 남편의 옷차림을 한마디도 틀리지 않고 묘사하는 낯선 나그네의 말을 들으며 눈물짓는 대목, 텔레마코스가 갑자기 젊어진 아버지를 보고 신이냐고 되묻는 대목, 아가멤논이 저승에서 굳이 페넬로페만은 믿어도 된다고 짚어주는 대목은 줄거리 요약으로는 거의 전달되지 않아요.
오뒷세이아를 처음부터 끝까지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표기된 천병희 번역의 오뒷세이아(양장본)가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관련 도서 추천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천병희 번역) (양장본)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이야기 속에는 오디세우스뿐 아니라 아테나·포세이돈·제우스처럼 사건마다 방향을 바꿔놓는 신들도 함께 등장합니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살펴보고 싶다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를 함께 묶은 오디세이아·그리스로마신화 세트(현대지성)도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관련 도서 추천호메로스 오디세이아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전2권) 현대지성 클래식 책이 책 자세히 보기 →
이 여정이 시작된 전쟁 자체가 더 궁금하다면 트로이 전쟁 정리에서 원인과 결말을 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각자 겪은 20년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페넬로페 신화 정리와 텔레마코스 신화 정리에서 두 사람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