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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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신화 | 오디세우스 키클롭스 폴리페모스 바다의 신 관계 정리

포세이돈 신화 | 오디세우스 키클롭스 폴리페모스 바다의 신 관계 정리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뒤집혀요. 뗏목 하나에 의지해 며칠째 항해하던 오디세우스 위로, 동서남북에서 한꺼번에 바람이 몰려들고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입니다.

이 폭풍을 일으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에요. 그런데 정작 오디세우스는 이 신이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쫓아다니는지,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삼지창이 바다를 휘젓던 순간

칼립소의 섬을 떠난 오디세우스는 뗏목 하나로 바다를 건너고 있었어요. 육지가 가까워질 무렵,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다녀오던 포세이돈이 먼 산맥 너머로 그를 발견합니다.

파이아케스인들의 땅에 거의 다다른 오디세우스를 보자 포세이돈은 분노해요. 그는 삼지창으로 바다를 휘저어 사방의 바람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키고, 땅과 바다와 하늘을 온통 구름으로 덮어버립니다.

돛대가 그 바람에 절반쯤에서 부러지면서 돛과 활대가 통째로 바다로 떨어져요. 이어서 집채만 한 파도 하나가 무섭게 덮치면서, 오디세우스는 키를 놓친 채 뗏목 밖으로 튕겨 나가고 맙니다.

물속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던 그는 겨우 다시 뗏목 위로 기어오르는 데 성공해요. 바로 그때 바다의 여신 이노가 나타나 마법의 베일을 건네며, 옷을 벗고 이 베일에 의지해 헤엄쳐 육지로 가라고 알려줍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말을 곧바로 따르지 않았어요. 뗏목이 버텨주는 한은 뗏목 위에 남아 있기로 하고, 널빤지가 흩어지기 시작하면 그때 헤엄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포세이돈이 또 한 번 거대한 파도를 보내면서 뗏목은 그 순간 산산조각이 나요. 이제 오디세우스에게 남은 건 이노가 건넨 베일 하나뿐이었습니다.

왜 하필 이 순간이었나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를 발견한 건 에티오피아에서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그를 뒤쫓아 다니고 있었던 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먼 산맥 너머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었다고 해서 순순히 지나쳐 보낼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인들의 땅에 거의 다다랐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포세이돈은 오히려 그 사실에 화를 냈습니다.

이 반응은 뜬금없는 게 아니에요. 포세이돈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쌓여 있던, 아주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거든요.

원한의 시작, 눈이 먼 아들의 기도

그 이유는 바다가 아니라 동굴에서 시작됐어요. 트로이를 떠난 오디세우스 일행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혔다가, 그의 하나뿐인 눈을 찌르고서야 겨우 탈출합니다.

이 동굴 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디세우스가 어떤 꾀로 위기를 넘겼는지는 키클롭스 신화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여기서는 그 결과만 짚어볼게요.

도망치던 배 위에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외쳐버립니다. 그 이름을 들은 폴리페모스는 다름 아닌 포세이돈의 아들이었어요.

눈이 먼 폴리페모스는 아버지에게 기도를 올려요.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혹시 돌아가더라도 동료를 모두 잃은 채 아주 늦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제우스는 이 사연을 전하면서, 포세이돈이 그날 이후로 오디세우스를 계속 괴롭히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설명해요. 아들의 기도가 정확히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명 사건이 이 분노와 방해의 출발점이라는 점만은 신들의 대화에서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신들의 회의에 없었던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논의하는 신들의 회의가 열렸을 때, 정작 포세이돈은 그 자리에 없었어요. 그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가서 소와 양을 제물로 받으며 잔치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빈자리를 놓치지 않은 게 아테나예요. 그녀는 제우스에게 외딴섬에서 고통받는 오디세우스를 도와달라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제우스는 오디세우스가 누구보다 신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포세이돈이 아들 일 때문에 그를 계속 미워하고 있다고 설명해요. 그러면서 신들이 다 같이 뜻을 모으면 포세이돈 혼자서는 그 뜻을 거스르기 어려울 거라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합니다.

포세이돈 혼자 힘으로는 안 되지만 신들이 뭉치면 이긴다는 이 제안 자체가, 포세이돈이 얼마나 완강한 상대인지를 거꾸로 보여주는 셈이에요. 같은 신들 사이에서도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오디세우스를 두고 정반대 자리에 서 있다는 게 이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며, 두 신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는 아테나 신화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일 하나로 버틴 사흘

뗏목이 부서진 뒤 오디세우스에게 남은 건 이노가 건넨 베일 하나뿐이었어요. 그는 그 베일에 몸을 의지해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이틀 밤낮을 그렇게 물속에서 버텼고, 사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육지가 눈에 들어와요. 이때 아테나가 나서서 사방에서 불던 바람을 한 방향으로만 불게 해줍니다.

그 덕분에 오디세우스는 강어귀에 닿을 수 있었고, 올리브나무 숲에서 나뭇잎을 덮고서야 겨우 잠이 들어요. 포세이돈이 뒤집어놓은 바다를, 이번에도 다른 신들의 손이 대신 정리해준 셈입니다.

뭍에 오른 뒤에도 끝나지 않은 분노

그렇다고 포세이돈이 여기서 완전히 물러난 건 아니에요.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인들의 배로 이타카 해안에 무사히 내려져 깊이 잠든 바로 그때, 포세이돈은 자신이 이제 신들 사이에서 아무 존중도 받지 못할 거라며 제우스에게 불만을 터뜨립니다.

그는 오디세우스를 태워다 준 그 배를 향해 곧장 손을 씁니다. 항구로 돌아오던 파이아케스 배를 그대로 돌로 굳혀 바닷속에 뿌리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 전체를 산으로 둘러싸겠다고 위협해요.

놀란 파이아케스인들은 오래전부터 전해오던 이 예언이 실현된 것을 깨닫고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 포세이돈을 달랩니다. 오디세우스 본인을 향한 폭풍은 그렇게 가라앉았지만, 그를 도운 이들을 향한 분노는 뭍에 오른 뒤에도 이어졌던 셈이에요.

바다와 지진을 다스리는 신, 넵투누스

이렇게 오디세우스를 오래도록 붙잡아둔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와 지진을 함께 다스리는 신이에요. 로마 신화에서는 넵투누스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다만 넵투누스는 그리스어 원전에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아니라, 로마 신화 쪽에서 같은 신을 부르는 별개의 이름이에요. 이 글에서 참고한 영어 번역본은 포세이돈을 옮길 때 로마식 이름인 넵투누스를 쓰는 관례를 따랐을 뿐이고, 그리스어 원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포세이돈이라는 이름 하나로 그를 가리킵니다.

동굴 안에서 시작된 원한 하나가 바다 한가운데의 폭풍으로, 다시 신들의 회의 자리로 이어진 흐름이었어요. 오디세우스가 이 폭풍에서 벗어난 뒤 어떤 곳에 닿아 어떻게 이타카까지 돌아가는지는 오디세우스 신화 줄거리에서 이어서 볼 수 있고, 뗏목을 만들기 전 그가 오래 머물렀던 섬 이야기는 칼립소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