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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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 아레스 | 전쟁의 신 마르스에서 아테나의 창에 쓰러진 순간까지

그리스로마신화 아레스 | 전쟁의 신 마르스에서 아테나의 창에 쓰러진 순간까지

전장 한복판에서 한 병사의 갑옷을 벗겨내고 있던 신이 있어요. 방금 전까지 트로이 편에 서서 싸움을 부추기던 이 신은, 곧이어 자신을 겨눈 창 한 자루에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 창을 쥔 손은 인간 디오메데스의 것이었지만, 실제로 창을 찌른 힘은 다른 신의 것이었어요.

이 신이 아레스입니다. 그가 어떤 신으로 전해지는지, 그리고 일리아스에서 왜 하필 이런 굴욕을 겪게 되는지 순서대로 살펴볼게요.

전쟁의 신, 로마에서는 마르스로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을 상징하는 신으로 전해집니다. 로마 신화에서는 마르스라는 이름으로 대응되는데, 이름이 대응한다고 해서 두 문화권에서 이 신을 대하는 방식까지 똑같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 글에서는 그리스 쪽 전승, 특히 일리아스가 그리는 아레스의 모습에 집중합니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아테나와는 다른 결의 전쟁 신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전해져요. 올림포스의 왕과 왕비 사이에서 난 자식이라는 자리는, 그가 전쟁을 상징하는 신이 된 배경과 함께 따라다니는 계보입니다.

같은 전쟁을 다루는 신이라도 아테나는 전략과 판단으로 움직이는 쪽에 가깝다고 그려지는 반면, 아레스는 곧 살펴볼 일리아스 장면에서 보듯 몸으로 부딪히는 쪽에 가깝게 그려져요. 이 대비는 뒤에 나올 장면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아프로디테와 함께 언급되는 이름

아레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나란히 다뤄지는 고대 전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두 신의 이름이 함께 등장하는 자료는 여러 곳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두 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거쳐 엮이는지는 이 글에서 다시 풀어내지 않아요. 그 세부는 헤파이스토스 신화에서 별도로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다면 그쪽에서 이어서 확인하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일리아스 5권, 전장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뛰어들다

일리아스 5권에서 아레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트로이 편으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이 권의 앞부분에서 그는 한 차례 전장에서 물러난 상태였어요. 아테나가 제우스의 노여움을 살 수 있다며 그를 설득해, 스카만드로스 강가로 데려가 싸움에서 떼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사이 인간 전사 디오메데스가 전장을 휩쓸고 다녔다는 점이었어요. 트로이 쪽 영웅 아이네이아스까지 위태로워지자, 아폴론이 아레스를 찾아가 이 상황을 전합니다. 튀데우스의 아들 디오메데스가 이제 제우스와도 맞설 기세로 날뛰고 있으니, 가서 그를 전장 밖으로 끌어내라는 것이었죠.

아레스는 이 청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트라키아 왕 아카마스의 모습으로 몸을 바꾸어 트로이 병사들 사이를 오가며 사기를 북돋고, 특히 위기에 몰린 아이네이아스를 구하라고 다그쳤어요. 몸을 감춘 채 다시 전장에 끼어든 것이 이 순간 그의 선택이었습니다.

헤라와 제우스의 허락, 아테나가 나서다

아레스가 다시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본 헤라는 제우스에게 이 신을 막아도 되는지 묻습니다. 제우스는 헤라의 청을 들어주면서도 직접 나서지 않고, 대신 이렇게 답해요. 아테나를 시키라고, 그 신이야말로 누구보다 자주 아레스를 응징해 온 상대라고 말이죠.

허락을 받은 아테나는 곧장 디오메데스의 전차에 함께 오릅니다. 두 신과 인간을 태운 전차는 마침 쓰러뜨린 페리파스라는 병사의 갑옷을 벗기고 있던 아레스를 향해 곧장 달려갔어요.

창이 오가고, 아레스가 쓰러지다

아레스가 먼저 창을 던집니다. 그러나 그 창은 목표에 닿지 못했어요. 아테나가 손을 뻗어 날아오는 창을 전차 위로 그대로 흘려보냈기 때문입니다.

기회는 곧바로 디오메데스에게 넘어갑니다. 아테나가 방향을 잡아준 창끝이 아레스의 허리띠 아래, 배 한가운데를 그대로 찔렀어요. 인간의 손에서 나간 창이었지만, 그 창을 이끈 것은 신의 손이었던 셈이죠.

아레스는 그 자리에서 함성처럼 울부짖습니다. 아홉 천 명, 혹은 만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함성에 견줄 만한 비명이었다고 전해져요. 그 소리에 놀란 아카이아군과 트로이군 모두가 한순간 겁에 질렸다고 합니다.

올림포스로 달아나 아버지에게 하소연하다

부상을 입은 아레스는 더 이상 전장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곧장 올림포스로 올라가 제우스 곁에 주저앉아, 흐르는 신의 피를 내보이며 억울함을 토로해요.

그는 모든 잘못을 아테나에게 돌립니다. 먼저 아프로디테에게 손목 가까이 상처를 입히더니, 이번에는 자신에게까지 마치 신을 상대하듯 달려들었다는 것이었죠. 아레스의 호소는 자신이 두 번째 피해자라는 항변이었습니다.

제우스의 냉담한 대답, 그리고 치유

제우스의 반응은 위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아레스를 향해 이랬다저랬다 하는 자라 부르며, 올림포스의 신들 가운데 그를 가장 미워한다고 잘라 말해요. 늘 싸움과 다툼을 좋아하는 성정 때문이라는 이유였죠.

그러면서도 제우스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는 없다며, 그가 자신의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여요. 꾸짖음과 치료를 동시에 내리는 아버지의 태도였습니다.

제우스의 명에 따라 치유의 신 파이에온이 상처에 약초를 발라 아레스를 낫게 합니다. 무화과즙이 우유를 굳히듯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었다고 전해져요. 이어 헤베가 그의 몸을 씻기고 새 옷을 입히자, 아레스는 다시 아버지 곁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 싸우던 신이, 정작 그 힘만으로는 아테나의 판단력과 인간 디오메데스의 창을 당해내지 못했던 셈이에요. 굴욕과 치유를 함께 겪은 이 장면은, 같은 전쟁을 다스리는 두 신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으로 남습니다.

일리아스를 원전으로 더 읽어보고 싶다면

여기서 다룬 것은 일리아스 5권 한 권 안에서도 아레스가 등장하는 대목만 추려낸 이야기예요. 같은 권에서 디오메데스가 아프로디테와 아이네이아스를 상대로 벌이는 앞선 싸움, 그리고 아폴론이 아이네이아스를 몰래 빼돌리는 장면까지 이어 읽으면 이 대결이 왜 벌어졌는지 훨씬 또렷하게 다가와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함께 묶은 일리아스·오뒷세이아 세트(2015년 개정판) 번역본으로, 이 글에서 다룬 5권을 포함한 원전의 장면을 우리말로 이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 2015년 개정판 표지관련 도서 추천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 2015년 개정판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아레스 한 신이 아니라 제우스·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로 이어지는 올림포스 신들 전체의 관계를 한번에 정리해보고 싶다면,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현대지성)도 참고할 만해요. 여러 신들의 가계와 사건을 함께 엮어 소개하는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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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아레스의 아버지이자 이 장면에서 그를 매섭게 꾸짖은 제우스의 이야기는 제우스 신화에서, 그를 창으로 쓰러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이야기는 아테나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아레스와 함께 고대 전승에서 자주 다뤄지는 아프로디테의 이야기는 아프로디테 신화에서, 두 신 사이의 구체적인 사건은 헤파이스토스 신화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