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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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타임네스트라 신화 | 아가멤논 아내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관계 정리

클리타임네스트라 신화 | 아가멤논 아내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관계 정리

미케네 궁의 지붕 위에서, 파수꾼 한 사람이 십 년째 밤하늘을 지켜보고 있어요. 트로이가 함락되면 산봉우리를 타고 불빛이 전해지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마침내 그 불빛이 나타난 순간, 궁 안에서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아 든 사람은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였습니다.

왕이 없는 십 년, 궁에 들어온 사촌 아이기스토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의 아내였어요. 남편이 트로이 원정을 떠나 있는 동안, 아가멤논의 사촌인 아이기스토스가 그녀에게 끊임없이 다가와 마음을 얻으려 했습니다.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와 오랜 원한이 있는 집안, 즉 티에스테스의 아들이었어요.

아가멤논은 떠나기 전 궁에 믿을 만한 악사 한 사람을 남겨, 아내를 지켜보도록 부탁해 두었습니다. 아이기스토스는 이 악사를 외딴 섬으로 보내 버렸고, 그를 지켜줄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이기스토스의 집으로 향했다고 전해집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3권에서 네스토르가 텔레마코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이 경위예요.

봉화가 전하는 소식, 그리고 준비된 환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은 바로 그 봉화가 들어오는 밤부터 시작됩니다. 이다산에서 렘노스로, 다시 아토스산을 거쳐 아르고스까지 산봉우리마다 불이 이어져 전해지는 방식이었는데,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코러스 앞에서 이 봉화가 어떤 경로로 이어졌는지를 직접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합니다.

그녀는 도시의 모든 제단에 제물을 올리라고 명하고, 남편을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선언해요. 그동안 자신은 감시견처럼 충실하게 집을 지켰을 뿐이라 말하고, 전장에서 안 좋은 소문이 들려올 때마다 얼마나 애태웠는지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아들 오레스테스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고, 전쟁 중의 불확실한 상황을 염려해 포키스의 왕 스트로피오스에게 맡겨 두었다고 말하죠. 아가멤논이 돌아오면 걸어 들어올 길에는 자주색 천이 깔립니다.

카산드라가 본 것

아가멤논은 전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그 뒤로 또 한 대의 전차에 카산드라가 함께 있어요. 트로이의 공주였던 그녀는 이제 아가멤논이 전리품으로 데려온 여자였습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녀에게도 궁 안으로 들어가라 권하지만, 카산드라는 예언하는 사람답게 궁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불길한 환영을 쏟아냅니다.

목욕물이 첨벙이는 소리, 죽어가는 비명, 그리고 그물처럼 펼쳐진 무언가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는 장면이었어요. 카산드라는 그 손의 주인이 다름 아닌 그 집의 아내이며, 자신을 반긴 환대가 사실은 남편을 노린 함정이라는 것도 함께 봅니다. 코러스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궁 안으로 들여보내고, 카산드라도 결국 그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요.

궁 안에서 벌어진 일

그 직후 아가멤논은 궁 안에서 살해당합니다. 카산드라도 그와 함께 목숨을 잃어요. 이 살해를 실행한 사람이 바로 클리타임네스트라이고, 아이기스토스도 이 일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비극이 앞서 카산드라의 입을 빌려 보여준 그물과 목욕물 장면은, 실제로 그녀가 남편을 어떻게 끌어들였는지를 암시해 둔 셈이었죠.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이 일을 결심한 동기로 비극이 짚어 두는 것은 딸 이피게네이아입니다. 아가멤논이 트로이로 떠나기 전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쳤다는 사연이 오레스테이아 3부작 전체에 깔려 있고,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복수는 그 딸의 죽음에 대한 응답으로 읽히도록 짜여 있어요. 다만 이 동기는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이 전하는 인과관계이고, 호메로스가 네스토르의 입을 빌려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이피게네이아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쪽에서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잇는 것은 오래 이어진 구애와, 그녀를 지켜보던 악사가 사라졌다는 사정이었죠. 같은 살해를 서사시와 비극이 서로 다른 이유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버지의 무덤 앞에 선 아들

세월이 흘러, 다른 나라에서 자라던 오레스테스가 필라데스와 함께 아가멤논의 무덤을 찾아옵니다. 헤르메스에게 자신을 지켜 달라 기원하며 머리카락 한 타래를 무덤에 바치는데, 마침 그 무덤을 찾은 누이 엘렉트라가 그 머리카락을 발견해요.

엘렉트라는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자기 머리카락과 색이 꼭 닮았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어서 무덤가에 남은 두 사람의 발자국을 살피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의 발과 비율이 똑같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확신을 얻죠. 여기에 오레스테스가 누이의 손으로 직접 짠 천 조각까지 내보이면서,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알아봅니다.

나그네로 위장해 문을 두드리다

오레스테스는 궁 안으로 곧장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필라데스와 함께 포키스 지방 사투리를 쓰는 낯선 나그네 행세를 하기로 합니다. 항아리 하나를 들고 가서, 그 안에 오레스테스의 유골이 들어 있다고, 그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러 왔다고 말할 계획이었어요.

문을 열어준 것은 오레스테스를 어릴 때부터 키운 유모 킬릿사였습니다. 그녀는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젖을 물려 키운 그 아이를 생각하며 깊이 슬퍼해요. 아이기스토스에게 이 소식을 전하러 가야 했던 그녀에게, 코러스는 원래 지시와 달리 아이기스토스 혼자 오도록 전하라고 넌지시 일러 줍니다. 호위 없이 그를 궁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죠.

아이기스토스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 앞에 선 아들

손님을 맞으러 들어온 아이기스토스는 상대가 누구인지 물을 틈도 없이 칼에 쓰러집니다. 종이 놀라 소리치며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이 일을 알렸고, 그녀 앞에 마주 선 오레스테스는 더는 대상을 숨기지 않아요. 그가 찾는 사람은 이제 그녀 하나였습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들 앞에서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며, 젖니도 나지 않았을 때 이 가슴에서 젖을 빨았던 것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오레스테스는 그 순간 망설이며 곁에 있던 필라데스에게 어찌해야 할지 묻는데, 그때까지 침묵하던 필라데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열어요. 델포이에서 받은 아폴론의 신탁과 그들이 맺은 맹세를 저버릴 수 없다고, 신들을 저버리느니 차라리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리라고 말한 것이었죠. 그 한마디에 오레스테스는 다시 마음을 굳히고, 어머니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문이 열리고 남은 것

궁 안에서의 마지막 순간은 무대 바깥에서 벌어져 직접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면 오레스테스와 필라데스가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시신 곁에 서 있는 모습만 드러나요.

그런데 오레스테스는 이 일을 끝냈다는 안도보다 먼저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그는 검은 옷을 두르고 뱀이 휘감긴, 고르곤을 닮은 존재들이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고 외쳐요. 어머니를 죽인 죄를 물으러 온 복수의 여신들이었습니다. 코러스는 아폴론이 그를 그 고통에서 풀어줄 것이라 말하지만, 오레스테스는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달아나요.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그 순간이, 곧바로 그를 쫓는 또 다른 추격의 시작이 된 셈이었죠.

같은 사건, 오디세이아가 전하는 결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이 뒷이야기를 훨씬 짧게 전합니다. 네스토르는 텔레마코스에게, 아이기스토스가 칠 년 동안 미케네를 다스리다가 아테네에서 돌아온 오레스테스의 손에 최후를 맞았다고 말해줘요. 그리고 오레스테스는 원수를 갚은 뒤,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아이기스토스 두 사람을 위한 장례 잔치를 아르고스 사람들 앞에서 열었다고 전합니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이 무덤 앞의 재회, 유모의 슬픔, 어머니의 호소와 필라데스의 한마디, 복수의 여신들까지 장면 하나하나를 무대에 올려 보여준다면, 서사시는 그 모든 과정을 몇 줄의 요약으로 지나갑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느 쪽을 먼저 읽었는지에 따라 클리타임네스트라라는 인물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남편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과 귀환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는 아가멤논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같은 사건을 호메로스가 어떻게 전하는지는 오디세이아 줄거리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듣고 훗날 이타카를 떠나는 텔레마코스의 항해도 이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요. 아가멤논의 형제 메넬라오스 쪽 가족사가 궁금하다면 헬레네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