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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노오스 신화 |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구혼자 죽음 결말 정리
이타카 궁전의 잔치 자리, 한 남자가 주인처럼 앉아 있어요. 집주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로도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그사이 이 집 재산을 먹어치우며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남자들 중에서도 이 사람이 가장 거침없이 굴었습니다.
이름은 안티노오스, 에우페이테스의 아들이에요. 다른 구혼자들이 눈치를 보거나 적당히 말을 아낄 때도 그는 앞장서서 말하고 앞장서서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앞장선 자리가 결국 그를 가장 먼저 죽음으로 이끌게 됩니다.
텔레마코스의 요구에 처음 맞선 남자
아버지 소식을 좇기 시작한 텔레마코스가 어느 날 구혼자들 앞에서 이 집을 떠나달라고 정면으로 요구합니다. 여러 구혼자 중 가장 먼저 나서서 대꾸한 사람이 안티노오스였어요.
그는 텔레마코스에게, 신들이 허풍떠는 재주만 가르쳤나 보다며 비웃습니다. 아버지가 그러했듯 네가 이타카의 우두머리가 되는 일은 제우스도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말까지 덧붙였죠. 같은 자리에 있던 에우리마코스가 그나마 말을 돌려 대답한 것과 달리, 안티노오스는 처음부터 물러설 뜻이 없다는 걸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 짧은 응수 하나로 그는 다른 구혼자들 사이에서 사실상의 대변인 노릇을 맡게 돼요. 텔레마코스가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 남자들을 정식으로 불러 모아 회의를 여는 것뿐이었습니다.
회의에서 드러난 속내, 그리고 들통난 수의
회의에서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부재와 구혼자들의 횡포를 함께 호소하자, 안티노오스가 다시 앞으로 나섭니다. 이번에는 잘못을 아예 페넬로페 쪽으로 돌려버려요. 그녀가 워낙 꾀가 많은 여자라서 생긴 일이지 자신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감춰져 있던 이야기 하나를 폭로합니다. 페넬로페가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짜겠다며 커다란 베틀을 차려놓고는, 낮에 짠 것을 밤마다 몰래 풀어버리는 방식으로 거의 사 년을 재혼을 미뤄왔다는 것이었어요. 그 속임수는 사정을 알던 하녀 한 명이 실토하면서 넷째 해에야 들통났다고 안티노오스는 밝힙니다.
폭로에 그치지 않고 그는 요구까지 분명히 해요. 어머니를 아버지가 원하는 사람에게 시집보내라, 그리고 그녀가 지금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한 자신들은 계속 이 집 재산을 먹어치우며 눌러앉겠다고 못 박습니다. 텔레마코스에게는 회의도, 호소도 이 남자를 물러나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남았어요. 결국 그는 직접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아들의 여행을 알고 짠 매복
텔레마코스가 몰래 배를 마련해 떠난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새어 나갑니다. 배를 빌려주었던 노에몬이 언제 배가 돌아오느냐고 묻자, 안티노오스와 에우리마코스는 그제야 그가 정말로 필로스와 스파르타까지 갔다는 걸 알아차려요.
안티노오스는 크게 화를 냅니다. 아무 일도 못 할 줄 알았던 애송이가 뽑아놓은 선원들까지 데리고 자신들 몰래 빠져나갔다며, 이 여행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요. 그러고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선원 스무 명을 태울 배 한 척을 마련해달라 요청하며, 이타카와 사메 사이 해협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이번 여행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한 거예요.
실제로 그는 스무 명을 골라 배에 돛대와 돛, 무기를 갖추고, 이타카와 사메 사이에 있는 바위섬 아스테리스에 배를 대고 매복에 들어갑니다. 양쪽에 항구를 낀 이 섬은 지나가는 배를 노리기에 알맞은 자리였어요. 하지만 텔레마코스는 아테나의 경고를 받아 섬들을 피하고 마을이 아닌 곳에 먼저 내리는 길을 택했고, 안티노오스의 매복은 끝내 그를 붙잡지 못한 채 허탕으로 끝나고 맙니다. 아들을 노린 계획이 빗나가면서, 다음 표적은 자연스럽게 궁전으로 돌아온 아버지 쪽으로 옮겨가게 돼요.
거지에게 던진 발판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마침내 자기 집 마당에 들어섰을 때, 그를 데려온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를 가장 먼저 몰아세운 사람도 안티노오스였습니다. 왜 이런 사람을 데려왔느냐며 딱하다는 듯 나무랐고, 텔레마코스가 나서서 나그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라고 하자 마지못해 대꾸하면서도 곱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오디세우스가 이집트와 키프로스를 떠돌며 구걸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자, 안티노오스는 오히려 더 화를 냅니다. 이 궁을 벗어나기 전에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쏘아붙이더니, 발판을 집어 던져 오디세우스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맞혀요. 오디세우스는 맞은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버티고 섭니다.
구혼자 중 한 젊은이가 곧바로 안티노오스를 나무랍니다. 저 나그네가 혹시 신이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말이었어요. 그 자리에 있던 텔레마코스는 아버지가 맞았다는 사실에 속으로 분을 삭이며 지켜볼 뿐이었고,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페넬로페는 안티노오스를 죽음의 어둠만큼이나 미워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구혼자들은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나그네에게 무언가를 내주었는데, 유독 안티노오스만 아무것도 주지 않고 오히려 때렸다는 사실이 그녀의 말에 함께 남아요.
활 시합에서 드러난 마지막 우월감
페넬로페가 마침내 재혼 상대를 정하겠다며 오디세우스의 활로 시험을 치르자고 제안하자, 이번에도 자리를 정리하는 건 안티노오스였습니다. 활을 앞에 두고 눈물짓는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를 향해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으라고 다그치고, 술 따르는 이가 시작하는 자리부터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차례로 시도하라고 순서까지 정해줘요.
정작 자신의 차례가 오자 안티노오스는 활을 당기지 못합니다. 구혼자들 가운데 끝까지 남은 건 그와 에우리마코스뿐이었지만, 둘 다 활을 구부리는 데 실패해요. 그런 그가 낯선 나그네, 그러니까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자기도 한번 해보겠다고 나서자 험한 말로 가로막습니다. 가엾은 처지라며 비웃고는, 성공하기라도 하면 잔혹하기로 소문난 에케토스 왕에게 배로 실어 보내버리겠다고 위협까지 해요. 그날은 결국 아무도 활을 당기지 못한 채, 구혼자들은 술을 마시고 아폴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화살 한 발, 가장 먼저 쓰러지다
다음 순서에서 활을 넘겨받은 건 정체를 감춘 오디세우스였고, 그는 힘들이지 않고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아 보냅니다. 그 순간에도 안티노오스는 아무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채, 양손잡이 황금 잔을 들고 막 포도주를 마시려던 참이었어요. 죽음이 코앞에 와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습니다.
화살은 그의 목을 정통으로 꿰뚫고 지나갑니다. 손에 들려 있던 잔이 떨어지고, 콧구멍에서 굵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어요. 발버둥 치던 그의 발에 걸려 식탁이 넘어지면서 빵과 구운 고기가 바닥에 온통 흩어집니다.
다른 구혼자들은 처음엔 이것이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 여깁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디세우스를 책망하며, 사람을 이런 식으로 쏘았으니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이제 다른 시합은 없을 거라고 소리쳐요. 자신들 모두의 머리 위에도 이미 죽음이 드리워졌다는 사실은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였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그제야 자신이 누구인지 밝힙니다. 트로이에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고 묻는 그 한마디에, 구혼자들은 비로소 이 죽음이 실수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아요. 가장 앞장서 말하고 가장 앞장서 때렸던 안티노오스가, 심판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가장 먼저 쓰러진 사람이 된 셈입니다.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안티노오스가 구혼했던 페넬로페가 이 몇 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는 페넬로페 신화에서 그녀의 시선으로 다시 볼 수 있어요. 그가 목숨을 잃은 활 시합과 그 뒤에 이어지는 침대 표징 전체 흐름은 오디세우스 활 침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복까지 벌여가며 노렸던 텔레마코스가 그 위험을 어떻게 피해 아버지와 다시 만나는지는 텔레마코스 신화에서 이어서 볼 수 있어요. 이 사건이 오디세우스의 귀향 전체에서 어디쯤 놓이는지 궁금하다면 오디세우스 신화 줄거리에서 순서대로 짚어볼 수 있습니다.